암수살인 (2018)

피의자는 형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다른 살인 사건을 밝히고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대담함을 선 보인다.김 태곤의 암수 살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스릴러이다.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실제 사건의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여기에서는 오로지 영화에 대해서만 말할 것 같아.(※참고로 제목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자웅”는 비밀의 기술이라는 느낌이 하는 단어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웅 살인”은 피해자의 신원도 불확실한 신고도 되지 않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살인 사건을 말한다.부산시 마약 수사대 형사 김·현민(김·윤석)은 정보원에서 강·테오(주·지훈이라는 인물을 소개한다.내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물건 하나를 운반한 적이 있지만 그것이 아마 시체 같다는 것이 그가 한 말의 대략적인 내용이다.그러나 정작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그 자리에서 강·테오는 다른 경찰에 살인 용의로 체포된다.그러나 자신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던 강·테오가 의외로 김·현민에게 전화를 건다.영화는 우선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하나를 관객에게 제시한다.살인 사건의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았으며 자신도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사건 담당 형사가 아닌 다른 형사에게 접견을 요청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저지른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자백하다.그러나 그 고백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범인을 자처하는 인물은,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영치금을 넣겠다는 뻔뻔한 요구를 한다.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죄자의 자백에 형사는 집착하기 시작한다.얼핏 봐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강·테오를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미스터리를 사라지고 오로지 김·현민의 집념만이 영화 속에 남아 버렸다.감독은 이런 이야기의 비합리성을 의식해서인지 형사의 뒷얘기를 추가로 들려준다.우선 형사는 돈이 많다.그래서 직업 경찰로 승진하거나 출세하고픈 욕망도 없이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한마디로 일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사이좋게 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대신 편집증적인 부분이 있어 하나의 사건에 집요하게 잠식 성격이다.특히 아내를 뺑소니 사고로 잃은 전력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묻혔다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어쩌면 범인 강·테오는 자신의 사건에 흥미를 느끼는 인물을 제대로 선택했는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의문은 하나만 남는다.강·테오는 왜 자신의 형량을 늘릴지도 모르는 범죄 행위를 형사에게 낱낱이 공개하는가?바로 이 점이 영화의 핵심이다.영화는 칸·테오가 왜 자백을 하느냐는 점과 그가 밝힌 과거의 살인 행위가 과연 사실인가라는 2가지 미스터리를 안고 얘기를 진행하다.그 미스터리를 풀 인물은 물론 김·현민이며 이를 둘러싼 강·테오와 김·현민의 두뇌 싸움은 미스터리를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그런데 재미 있는 사실은 처음의 미스터리, 즉 강·테오가 왜 자신의 범죄 행위를 자백하는가 하는 점을 영화는 너무 쉽게 관객에 노출된다.영화는 과거의 범죄자의 자백만 믿고 전력을 그 사건에 지원하고, 인생이 파탄된 전 형사를 등장시키고 강·테오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힌다.(※그 전략은 쉽게 말하면 자신의 다른 살인 사건에 대해서 법정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이끌고 이런 일이 몇번인가 반복되면 자신의 자백으로 기소 중인 현재의 사건까지 강요에 의한 자백했다는 주장을 통해서 재심을 청구하기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다.)영화는 죄를 저지른 자는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인 결말로 끝날 일이 스릴러로서 책임을 포기하고 있다.그런데 그 전략은 언뜻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실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이 영화에서도 김·현민은 강·테오의 바람대로 그가 자백한 살인 사건의 하나에 대해서 기소한 재판을 열기까지는 성공하지만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된다.그런데 합리적으로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속에 제시된 정도의 증거만으로 기소했다는 것 자체가 얘기가 안 된다.범인이 제공한 정보는 너무 적어 현실적으로는 이런 재판은 열리지 못할 전망이다.강·테오가 정말 자신이 밝히고 있는 살인 사건을 저지른 게 옳으냐는 미스터리도 그 해결 과정은 좀 마음에 안 들어.우선 영화는 플래시백 기법을 활용하고 강·테오의 과거 모습을 그의 진술을 토대로 재현한다.물론 그 중 일부만 진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관객의 머리를 혼동시키는 요소로 활용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칸·테오가 살인범이라는 과도한 확신을 관객에게 주고 있다.그래서 이 영화에 존재하는 미스터리는 영화 중반 이후 완전히 사라진다.여기까지 와서 절대 악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한 강·테오의 범죄 행각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그를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선악의 문제로 영화의 이야기는 변질된다.즉 과연 이 사람이 범인인지 또는 왜 자신의 범죄를 형사에게 밝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지나치게 쉽게 사라지고 있으며 극의 긴장감이 훼손된 것이다.더구나 강·테오를 둘러싼 모든 미스터리가 해소되는 마지막 장면 역시 너무 갑자기 작위적으로 보인다.”자웅 살인”는 기존의 범죄 스릴러와 달리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작품이다.이지만, 스릴러로 미스테리의 경계를 아슬아슬 유지했던 작품은 결국 두 장르 전체를 포기한 채 선악의 말에 갑자기 전환을 이루고 증거 사진에 포착된 단 하나의 작은 단서를 통해서 모든 호기심을 해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이 영화는 각별한 시도가 두드러져참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결국 온전한 스릴러를 만드는 데는 성공을 이루지 못 했다.그 점이 아쉽고 안타깝다.–2018.10. 04 Giggle